Cambodia
배이기를
♡프라니
2020. 9. 9. 00:56
요즘은 매일 밤마다 집앞 마당을 걷는다. 최소 30분 이상은.
내가 운동을 지극히 힘들어하고 이리 저리 핑계대며 할 듯 말 듯 하던 시절엔
앵그리버드님이 "운동 왜해요! 운동 몸에 해로워요" 하시더니
막상 내가 어젯밤에 한참을 걸었다고 하니
"잘했어요. 걷지 않으면 살 수 없어요"이러신다. 그것도 기쁘 표정까지 지으시며.
앵그리버드님도 매일 걸으신다. 우리 센터 마당을.
어느날밤 나랑 아가다 수녀님이랑 쭈글시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휘리릭 지나가시던 앵그리버드님도, 우리도 서로 놀랐었다.
"이 밤에 어디가세요?"했더니
"기도하는 중이에요" 하시며 센터 마당을 삥삥 돌고 계셨다.
평소에 틈만 나면 기도하는데 틈이 안나 기도를 못한다고 농담하시던 분이 순간 너무 진심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후에 이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켜 드리니 그렇게 대답한게 기억이 안난다고 하신다.
구성당에 안나센터가 있던 시절엔 집에 퇴근하기 전에 성모상 앞 마당을 돌며 기도했었다.
내 기도가 그 땅에 배이는 듯 했다.
그래서 앵그리버드님이 걸었다고 하실 때면
나는 속으로 너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안나스쿨 마당에, 내가 숨쉬는 공기 중에, 우리가 살아가는 하늘아래
그분의 기도가 계속 계속 뱄으니깐.
나도 오늘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드렸다.
오늘 내 걸음이 기도가 되어 어디엔가 배이고 소용이 있게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