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odia

선택

♡프라니 2020. 9. 17. 23:48

기침, 콧물, 눈이 붓고 가려움 등의 증상들이 있은지 보름도 더 넘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알러지 약을 꺼내 먹었더니 

새벽부터 정신이 몽롱했다. 

기도실에서도, 미사중에도, 아침 식사를 먹으면서도 생각했다. 

바로 자리깔고 누워자고 싶다고. 

온전히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티어리와 영어 프로포절 문서를 훓어보고

점심 준비를 했고 

영어공부도 했다. 

오후 늦게 자전거를 타고 평탄해보이는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가면서

약기운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예전엔 며칠만 고생하면 괜찮았는데

몸이 예전같지 않다. 

 

하고 싶은 것과 

하면 좋은 것들이 있지만

어느때부터인가 

달려들지 않게 되었다.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욕심을 부리다간 살아가는게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새침한 심술을 부리는 듯한 몸을 신경쓰면서 

이것 저것을 천천히 선택해서 움직이고 싶다. 

 

반 투안 주교님의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책의 

한 문장, 한 문장들을 감사히 생각하며 읽고 있다. 

옛날에 읽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참 새롭다.

그분의 치열하게 사셨던 삶과 끝끝내 지니셨던 신앙과 희망이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 내 일상에 잔잔한 영향을 끼친다. 

그분의 말씀속에 머무르다 보면 

귀하게 대접하고 싶어진다. 

내 하루 하루를. 

하찮은 것 같은 알러지를 지닌 몸까지도. 

순간을 사랑한다는게 어떤건지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나를 두드린다. 


그러므로

내일은 약을 먹지 말아야겠다. 

고생하더라도 제정신이어야

순간을 살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