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션
내가 얼굴에 바르는 것은
스킨이고 로숀이고 뭐든
단 하나만 바른다.
그게 뭐든 떨어질 때까지 다 바른 후
또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오픈하는 것이다.
한국을 떠날 때 이마트 식품관에 들러
로션을 몇개 사오곤 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피지오겔>을 주로 썼었다.
갖고 있는 로션을 다 쓰고 새것을 하나 뜯었는데
아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어..아무 냄새가 안 나야 정상인데...
자세히 보니 유통기한이 2년도 더 지나있었다.
아까워 ㅠㅠ
먼저 발랐어야 하는걸 제쳐두었나보구나.
지났어도 냄새만 안나면 발랐을텐데....
로션이 다 끝났음을 안 후
유튜브에서 유명한 유정호tv에서
그의 어머니가 만드신다는 로숀을 보는 순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녀님것 2개, 내것 2개를
비회원주문으로 신청한 후
수녀원에 돈을 내달라고 청했더니
사업자 등록 영수증이 있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아무튼 해외선교 담당 수녀님에 이어
재정담당 수녀님까지
판매자(그의 부인) 재은씨와 통화하는 등
내가 여러 사람에게 수고를 끼쳤다.
그러고도 사이트에서
내가 진행한 비회원 주문으로 들어가지지 않아
사업자 등록 영수증을 못 받는 어려움이 있었다.
오메....로션 구입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다.
다 문제는 해외거주자
즉 한국 휴대폰이 없는 이들에게는
가입, 구매 등 모든 것이 잘 되지 않는 탓이다.
나도 좀 더 똑띠 알아보고 꼼꼼히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덤성덤성 하는 성격 탓에 그렇게 되었다.
그 와중에 마음이 따뜻해진 일 하나는
재은씨와 카톡을 주고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놀란 것은 여러 사람 상대하느라
많이 지치고 힘들법도 한데
너무나 친절하게 문자를 써 주시는게 아닌가.
게다가 나중에 기회되면
봉사도 하고 싶다고 했다.
정호씨가 봉사활동하고
기부하는 영상들을 많이 보았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더 ' 봉사하겠다는 하는 그 맘씨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새삼 온라인 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이런 짧은 아름다운 대화가 오가는 것이
신기했다.
로션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려면 한달즘 걸린다.
배로 보내면 한국에서 출항날짜도 있고
다른 나라를 거쳐서 오기에 그렇다.
그 때까지 바를 게 뭐 있나 하고 찾던 중
올해 초에 신학생들이 떠나면서 주고 간
<그릭요거트>맛사지 크림을 찾았다.
이걸 어떻게 바르는 건지 몰라 자세히 읽어보니
밤에 바르고 자면서
피부로 흡수시키라고 되어있었다.
뚜껑을 여니 모양이 그야말로 요플레였다.
순간 먹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지금껏 냄새 없는 걸 바르다가
맛있는 냄새나는 요플레를 바르는 기분이란. 큿.
한 숟갈 한 숟갈 떠서 얼굴로 옮기면서
떠난 신학생들을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프놈펜에서 이런걸 살 생각을 했을까.
지금즘 잘 지내고 있을까.
우리 학사님들이 있을 때 더 잘 해줄걸. 등등
고마워요.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끝날때까지 이것만 바르면서 자주 기억할게요.하면서.
또 좀 기다리면 재은씨의 로션이 도착할텐데...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과
우리 수녀님들의 우여곡절 수고가 담겨져 있으니...
갑자기 로션 요것들이 엄청 귀한 존재들이 되어
내게 뭐라고 말을 거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