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odia

로션

♡프라니 2020. 9. 26. 00:31

내가 얼굴에 바르는 것은 

스킨이고 로숀이고 뭐든 

단 하나만 바른다. 

그게 뭐든 떨어질 때까지 다 바른 후 

또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오픈하는 것이다. 

한국을 떠날 때 이마트 식품관에 들러 

로션을 몇개 사오곤 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피지오겔>을 주로 썼었다. 


갖고 있는 로션을 다 쓰고 새것을 하나 뜯었는데 

아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어..아무 냄새가 안 나야 정상인데...

자세히 보니 유통기한이 2년도 더 지나있었다. 

아까워 ㅠㅠ 

먼저 발랐어야 하는걸 제쳐두었나보구나. 

지났어도 냄새만 안나면 발랐을텐데....


로션이 다 끝났음을 안 후  

유튜브에서 유명한 유정호tv에서 

그의 어머니가 만드신다는 로숀을 보는 순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녀님것 2개, 내것 2개를 

비회원주문으로 신청한 후 

수녀원에 돈을 내달라고 청했더니 

사업자 등록 영수증이 있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아무튼 해외선교 담당 수녀님에 이어 

재정담당 수녀님까지 

판매자(그의 부인) 재은씨와 통화하는 등 

내가 여러 사람에게 수고를 끼쳤다. 

그러고도 사이트에서 

내가 진행한 비회원 주문으로 들어가지지 않아 

사업자 등록 영수증을 못 받는 어려움이 있었다. 

오메....로션 구입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다. 


다 문제는 해외거주자 

즉 한국 휴대폰이 없는 이들에게는

가입, 구매 등 모든 것이 잘 되지 않는 탓이다. 

나도 좀 더 똑띠 알아보고 꼼꼼히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덤성덤성 하는 성격 탓에 그렇게 되었다. 


그 와중에 마음이 따뜻해진 일 하나는 

재은씨와 카톡을 주고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놀란 것은 여러 사람 상대하느라 

많이 지치고 힘들법도 한데 

너무나 친절하게 문자를 써 주시는게 아닌가. 

게다가 나중에 기회되면 

봉사도 하고 싶다고 했다. 

정호씨가 봉사활동하고 

기부하는 영상들을 많이 보았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더 ' 봉사하겠다는 하는 그 맘씨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새삼 온라인 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이런 짧은 아름다운 대화가 오가는 것이 

신기했다. 


로션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려면 한달즘 걸린다. 

배로 보내면 한국에서 출항날짜도 있고 

다른 나라를 거쳐서 오기에 그렇다.

그 때까지 바를 게 뭐 있나 하고 찾던 중 

올해 초에 신학생들이 떠나면서 주고 간 

<그릭요거트>맛사지 크림을 찾았다. 

이걸 어떻게 바르는 건지 몰라 자세히 읽어보니 

밤에 바르고 자면서 

피부로 흡수시키라고 되어있었다. 

뚜껑을 여니 모양이 그야말로 요플레였다. 

순간 먹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지금껏 냄새 없는 걸 바르다가 

맛있는 냄새나는 요플레를 바르는 기분이란. 큿. 

한 숟갈 한 숟갈 떠서 얼굴로 옮기면서 

떠난 신학생들을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프놈펜에서 이런걸 살 생각을 했을까. 

지금즘 잘 지내고 있을까. 

우리 학사님들이 있을 때 더 잘 해줄걸. 등등 

고마워요.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끝날때까지 이것만 바르면서 자주 기억할게요.하면서. 


또 좀 기다리면 재은씨의 로션이 도착할텐데...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과 

우리 수녀님들의 우여곡절 수고가 담겨져 있으니...


갑자기 로션 요것들이 엄청 귀한 존재들이 되어 

내게 뭐라고 말을 거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