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수십개와 돼지고기 볶은 것 오이 등등 먹거리와 후라이팬2개, 버너도 2개, 부탄가스도 여러개 리필해서, 뒤집개에 주걱에 ...
오늘 아침에 마을 공부방을 가면서 자료들보다 아이들 간식 해먹이려고 챙겨간 물품이 배였다.
따뜻따뜻한 고기빵을 해주고 싶었다.
늘 미리 준비해서 마을가면 수업 끝나고 나눠줄 때 벌써 맛이 없어지기에
즉석에서 해서 바로 먹게 하고 싶었다.
오늘 오전에 간 공부방이 가장 먼 거리였다.
차를 몰고 가는 길에 설레기까지 했다.
그것은 딱 도착할 때까지만이었는지 그 때는 몰랐다.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집들이 텅 비어 있었다.
수십명이 몰려와야 정상인데
따닥따닥 붙어 앉을까봐 걱정해야 자연스러운 건데
아니...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절에 갔단다.
다음주가 이 나라 프줌번 이라는 큰 명절이다.
맞다. 큰 명절을 앞두고는 학교도 2주 전부터 쉬곤 했었다.
지금은 학교도 가지 않으니 아이들이 집에 있을리가 없다.
매일 매일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기억하고 기도드리러 절에 가시는 부모님을 따라 갔단다.
힘없이 돌아왔다.
오후 집집마다 방문 수업 역시 아이들이 2주간 쉬고 싶다고 했단다.
볶은 고기는 억지로 냉동고에 넣어 다시 얼렸다.
수십개의 길다란 빵은 2층 식당 냉장고와 1층 식당 냉장고에 나누어 넣었다.
교사들과 함께 하는 내일 점심 식사는 쌀 대신 빵과 먹는 요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빵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 ㅠ
뭐 이런 일에 인생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사는 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가라앉으며 조금은 조용해진다.
살아가는게 뜻대로 되면 그게 이상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