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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2.04 오늘이 축복 by ♡프라니
  2. 2022.03.07 변명 by ♡프라니 2
  3. 2022.03.02 가족 by ♡프라니
  4. 2021.03.22 다시 휴교령 by ♡프라니 4
  5. 2021.01.22 영상)시골의 결혼식 : 유치원 쌤 결혼식에 다녀오다 by ♡프라니
  6. 2021.01.22 영상)캄보디아 전통 혼례풍경 by ♡프라니
  7. 2021.01.11 고마운 알릴레오 북 by ♡프라니
  8. 2021.01.10 애틋함인가 오지랖인가 by ♡프라니
  9. 2021.01.08 독립 by ♡프라니
  10. 2020.12.27 아름답다. by ♡프라니
  11. 2020.12.26 잠옷패션쇼 큿 by ♡프라니
  12. 2020.10.27 꽃보다 더 예쁜우리 마을공부방 아이들 by ♡프라니 3
  13. 2020.09.26 로션 by ♡프라니
  14. 2020.09.25 고마운 글 by ♡프라니
  15. 2020.09.23 내가 좋아하는 by ♡프라니 2
  16. 2020.09.22 잠만은 by ♡프라니 2
  17. 2020.09.22 강요 by ♡프라니
  18. 2020.09.20 미칠노릇 by ♡프라니
  19. 2020.09.20 착각 by ♡프라니 2
  20. 2020.09.19 환대 by ♡프라니
  21. 2020.09.17 선택 by ♡프라니 2
  22. 2020.09.17 새 길 by ♡프라니 4
  23. 2020.09.15 영어공부 by ♡프라니
  24. 2020.09.13 미사 by ♡프라니 1
  25. 2020.09.13 산다는 건 by ♡프라니 4
  26. 2020.09.12 자전거 탄 풍경 by ♡프라니 2
  27. 2020.09.11 어떻게 해야 하나... by ♡프라니
  28. 2020.09.10 작은 위로의 순간 by ♡프라니
  29. 2020.09.09 배이기를 by ♡프라니
  30. 2020.09.08 그렇다. by ♡프라니 3

오늘이 축복

Cambodia 2022. 12. 4. 23:48

연이는 수녀님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어주었다.

빵속에 파파야를 넣고 케익 위에는 망고로 장식했다.

먹어보니 잼도 들어있었다.

내일 모레 다가올 생일을 미리 축하받았다.

현이는 돼지국밥을 만들었다.

술맛을 모르는 나는 컵에 아주 조금만 와인을 받았다.

우리는 더없이 따뜻한 저녁 식사를 나누었다.

 

눈을 뜨면 곳곳에 사랑의 움직임이 보인다.

오늘이 축복임을 새삼 깨닫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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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Cambodia 2022. 3. 7. 23:22

어느 수녀님과 통화하다가 

'매너리즘'이란 단어가 확 마음에 와 닿았다.

애써 기대어 나를 변명해볼 만한 

단어가 있다는게 

조금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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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Cambodia 2022. 3. 2. 23:24

부모님이 대구를 떠나셨다고 한다. 

그토록 오래 살던 곳을 떠나는 마음은 어땠을까.

엄마는 건물들을  풍경들을 보며 연신 손을 흔드셨단다.

그동안 큰 탈 없이 잘 살아왔노라고 작별 인사를 하셨단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어떤 슬픈 노래가사를 듣는 듯했다.

친구분은 눈물을 글썽이셨고 

레지오 활동을 함께 했던 분들과는 자주 대전즘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올케와 조카가 확진되어 

동생은 호텔에서 지내는데 

짐이 도착하는데 이틀걸리므로

오늘밤 그 호텔에 머무신다 했다.

코로나 검사결과 때문에 

동생도 같은 호텔안에서 멀리서만 인사하고 

식사를 주문해서 방 앞에 두었다고 했다. 

올케는 최소 열흘은 격리해야 한다고 해서 

동생과 떨어져 지내고 

그래서 내일부터는 동생이 부모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단다.  

 

 난 수녀원에 온 이후로 

집에 갈 때면 주소를 물어야 했다.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외국에 산 이후로는 더 그랬다.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 아파트인가 아님 그 아파트인가...하는 것이다. 

 

이젠 안동에서 가려면 좀 멀리가야 되겠다. 

우리집이 없는 대구는 또 어떤 바람이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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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휴교령

Cambodia 2021. 3. 22. 00:31

이러다가..이러다가....또 휴교령 내리겠지...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갑작스레 정부에서 공문을 보내며

모든 공립, 사립학교 문을 닫아라 했다.

 

한두번 겪는 것도 아니고..한 세번즘 되나?

그래도 여전히 충격이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으로 

아...아이들과 이것도 ...저것도 해야 하는데....

이 간식, 저 간식...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갑작스레 아이들이 내일부터 나오지 않는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당에 망고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우리 애들 나 몰래 그거 따먹고 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깜뽕루엉... 

내일 깜뽕루엉에 가져가려고

아이들 식사 반찬 다 준비해두었는데...ㅠㅠ

오늘 신부님과 아이들 개인 물병 사러 가기로 했었고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했던 딸기 어디 주문할지 미리 다 알아두었었다. 

작은 배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어떻하나....

최근 영어교실 늘리며 뽑은 우리 시간제 아르바이트교사들은 다 우짜노ㅠㅠ 

 

난 사실

그동안 많이 피곤하고 지쳤었다.

쉼없이 달려온 느낌....

그래서인지 최근엔 배탈이 나서 고생을 쫌 했다. 

그런데

이제 쉬면 되겠구나...라기보다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먹먹한 심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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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깜뽕루엉 가는 길

울퉁불퉁 길 공사중이라 선착장까지만도 한 시간이나 걸린다.  

앵그리버드님 차를 타면 그 때부터 <알릴레오 북> 을 틀어 도착때까지 듣곤 했는데...

이번주는 <그리스인조르바>였다. 

그의 삶, 그의 태도를 통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 주제였다. 

이번주 게스트는 박웅현씨였는데...그는 인용을 좋아해서 좋은 구절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 

 

요점은 이거다. 

현실, 내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면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기적으로 볼 수 있단다. 

조르바는 "도대체 이 신비로운 존재는 뭐요?"하고 놀라며 묻는다. 

모든 것을 매일 처음 보듯 대한다.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살지는 못해도 

그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카잔차키스 처럼 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조르바의 죽음에서 나 또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자유인

신도 없었던 그. 

서서 죽었다고 한다. 

 

늘 그렇듯 

<알렐레오 북> 참 재미나게 들었다. 

다 듣고나면 마치 책 한권을 다 읽고 긴긴 나눔을 한 느낌이 든다. 

 

안나스쿨 도서실에서 

때묻고 누런 <그리스인 조르바>를 찾아 

내 방 책상위로 가져왔다. 

 

다음주 <알릴레오 북>을 들을 때까지 

조르바씨와 함께 지내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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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매달 24만원~27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부모님 집이 직장에서 좀 먼 편이라 직장근처 여성들만 사는 기숙사에 월 2만2천원 정도내고 방을 구해 살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나무집에서 시멘트 집으로 다시 공사했고 몇년간 그 빚을 갚느라 매달 11만원 정도의 돈을 집에 드렸었다. 최근 집 뒤에 화장실과 추수한 곡식을 보관할 너른 창고 같은 것을 지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매달 월급에서 14만원 남짓 은행으로 보낸다. 이것을 앞으로 4년은 더 해야 한다. 나머지 돈은 먹고 살아야 했으므로 저축은 무리였다.그녀 나이 32세다.

 

남자는

최근 계약직이 끝났다. 영어를 전공했으나 코로나 시대라 학원도 NGO도 사람을 뽑지 않는다. 매달 5만5천원 월세방을 하나 구해 80대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다. 형제들은 있으나 멀리 산다. 같은 지역에 여동생이 살고 있으나 최근 계약직이 끝났다. 둘 다 무직상태가 되었다. 이 도시, 저 도시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남자 나이 36세다. 

 

둘이 결혼을 한다 했다. 옛날에 한번 난 반대를 했다. 그 남자에게서 자꾸 연락이 온다는 소릴 들었을 때. 

그 여자에게 난 언니, 엄마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번엔 더 반대할 수가 없었다. 내가 식구도 아니고... 그 집 식구들은 다 찬성하는데... 더구나 본인이 하겠다는데...참견을 해선 안된다 여겼다. 

 

남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 주변에서 외모가 별로라고 하고 객관적으로 직장이 없는게 큰 문제이긴 하나 ..그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도 사랑에 눈이 멀면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니깐. 그런데 내가 신뢰하는 어느 분이 예전에 그랬다."믿을만한 사람은 아니죠" 최근 또 어느 분이 그랬다. "그녀가 그와 결혼한 사진을 보고 참 안타까웠어요..." 과거 그는 어느 신부님 비서였다가 그 맘씨 좋은 신부님은 그에게 일을 그만두도록 했단다. 사깃꾼 같다라는 평가도 받았단다. 다 외국인의 평가지만....그녀가 전혀 이런 사실을 모르고 결혼해버려 슬프다. 그녀가 모르는게 다행인건가. 누군가 그랬다. 남자가 밖에선 사람들에게 잘 못해도 집에선 잘할 수 있다고. 정말 그럴까? 제발 그러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와 둘이 앉아 이야길 나눴다. 남자가 본인이 살던 작은 방에 그녀보고 거기서 같이 살자 했단다. 80대 아버지와 같이. 속에서 열불이 올라왔다. 그녀도 두 번이나 싸웠단다. 난 열이 나는 마음을 애써 내리누르면서 그녀에게 자신을 억지로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이건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아니, 남자가 직장생활을 다른 지방에서 할수도 있는데...주말부부 될텐데...그럼 그녀보고 시아버지랑 둘이서 작고 어두침침한 한 방에서 살아란 말인가

 

그녀 얼굴도 그늘져보였다. 그녀는 결국 그의 여동생이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구해서 아버지를 모셔갈때까지...여자는 지금 살던 기숙사에서 계속 살고 남자는 지금 살던 그 작은 방에서 아버지랑 계속 사는 생활을 이어가겠단다. 

 

아니, 대체 결혼은 왜 한건가? 같이 살지도 않을거면서 왜 한건가?내 보기에는 그렇게 열렬히 사랑에 빠져 보이지도 않았는데...역시 남녀 문제는 겉에서 봐서 알 수 없는건가?아무튼 결혼을 통해 그녀는 더 큰 짐을 지게 된 것이다. 

 

난 그녀가 딱하고 답답하다. 그녀에게 아무나하고 결혼하라고 말했던 그 집 식구들도 어이없다. 그녀에게 너무 나이가 많고 가톨릭이라 결혼하기 어려울 거라고 말했던 지역 주민들도 밉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나 자신을 보며 또 생각한다. 왠 참견이고? 다 본인이 선택한건데. 그녀 스스로 살아갈 몫이다. 

그녀의 선하고 넓고 깊은 마음씨와 인간됨됨이는 이 모든 상황을 겪으면서 힘겹지만 또 하루 하루를 살아낼 것은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

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만 애닳아해야지....라고.......

그녀를 볼 때마다 나 자신을 달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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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Cambodia 2021. 1. 8. 00:07

오늘은 캄보디아가 크메르루즈 정권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다.

빨간날이어서 좋았다. 

어젠 O신부님 오셔서 맛있는 음식을 해드렸더니 

"난 맛을 몰라요" 하셨다. 

앵그리버드님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의 음식 평가가 아닌가!

앵그리님은 알면서 모른척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분은 정말 모르시는 분 같았다. 순수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용서가 되었다. 큿

그 이후로 우리끼리 음식 먹을 때 "맛을 몰라요" 농담하며 웃었다. 

우린 어느 문장에 꽂힐 때가 있다. 

그 문장은 한 몇개월 간다. 

 

함께 크메르어로 미사 드리고

함께 영어로 성무일도를 바쳤다. 

어제 저녁 식사에 이어 긴긴 아침을 함께 먹었다. 

반가워하며 많은 소식들을 주고 받았다.  

분명 밝고 유쾌한 얼굴인데

큰 책임을 오래 맡고 살아왔으므로 많이 지쳤고

가까운 미래에 안식년을 하고 싶다 하셨다. 

안식년? 십년이 지난 나는 언제 안식년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한국가서 2주 격리 다시 캄보디아 와서 호텔서 2주 격리..

그걸 몇번 하시고나니 이젠 한국은 가급적 못 가겠다고 하셨다.

격리? 나도 한국을 다녀와야 할텐데 어떻게 답답하게 호텔방에서 격리하지? 상상도 했다. 

그렇게 손님신부님은 떠나셨도 

모처럼 아이들도 교사들도 오지 않아

자유롭고 편안한 오전, 오후를 보냈다. 

 

저녁엔 셋이서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그리곤 인공배에서 한 40분즘 걸었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다가 참았다. 

돌아와서 언니와 비밀의 숲 시즌2를 시작했다.

 

독립이 된 이 나라 땅에서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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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션

Cambodia 2020. 9. 26. 00:31

내가 얼굴에 바르는 것은 

스킨이고 로숀이고 뭐든 

단 하나만 바른다. 

그게 뭐든 떨어질 때까지 다 바른 후 

또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오픈하는 것이다. 

한국을 떠날 때 이마트 식품관에 들러 

로션을 몇개 사오곤 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피지오겔>을 주로 썼었다. 


갖고 있는 로션을 다 쓰고 새것을 하나 뜯었는데 

아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어..아무 냄새가 안 나야 정상인데...

자세히 보니 유통기한이 2년도 더 지나있었다. 

아까워 ㅠㅠ 

먼저 발랐어야 하는걸 제쳐두었나보구나. 

지났어도 냄새만 안나면 발랐을텐데....


로션이 다 끝났음을 안 후  

유튜브에서 유명한 유정호tv에서 

그의 어머니가 만드신다는 로숀을 보는 순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녀님것 2개, 내것 2개를 

비회원주문으로 신청한 후 

수녀원에 돈을 내달라고 청했더니 

사업자 등록 영수증이 있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아무튼 해외선교 담당 수녀님에 이어 

재정담당 수녀님까지 

판매자(그의 부인) 재은씨와 통화하는 등 

내가 여러 사람에게 수고를 끼쳤다. 

그러고도 사이트에서 

내가 진행한 비회원 주문으로 들어가지지 않아 

사업자 등록 영수증을 못 받는 어려움이 있었다. 

오메....로션 구입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다. 


다 문제는 해외거주자 

즉 한국 휴대폰이 없는 이들에게는

가입, 구매 등 모든 것이 잘 되지 않는 탓이다. 

나도 좀 더 똑띠 알아보고 꼼꼼히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덤성덤성 하는 성격 탓에 그렇게 되었다. 


그 와중에 마음이 따뜻해진 일 하나는 

재은씨와 카톡을 주고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놀란 것은 여러 사람 상대하느라 

많이 지치고 힘들법도 한데 

너무나 친절하게 문자를 써 주시는게 아닌가. 

게다가 나중에 기회되면 

봉사도 하고 싶다고 했다. 

정호씨가 봉사활동하고 

기부하는 영상들을 많이 보았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더 ' 봉사하겠다는 하는 그 맘씨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새삼 온라인 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이런 짧은 아름다운 대화가 오가는 것이 

신기했다. 


로션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려면 한달즘 걸린다. 

배로 보내면 한국에서 출항날짜도 있고 

다른 나라를 거쳐서 오기에 그렇다.

그 때까지 바를 게 뭐 있나 하고 찾던 중 

올해 초에 신학생들이 떠나면서 주고 간 

<그릭요거트>맛사지 크림을 찾았다. 

이걸 어떻게 바르는 건지 몰라 자세히 읽어보니 

밤에 바르고 자면서 

피부로 흡수시키라고 되어있었다. 

뚜껑을 여니 모양이 그야말로 요플레였다. 

순간 먹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지금껏 냄새 없는 걸 바르다가 

맛있는 냄새나는 요플레를 바르는 기분이란. 큿. 

한 숟갈 한 숟갈 떠서 얼굴로 옮기면서 

떠난 신학생들을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프놈펜에서 이런걸 살 생각을 했을까. 

지금즘 잘 지내고 있을까. 

우리 학사님들이 있을 때 더 잘 해줄걸. 등등 

고마워요.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끝날때까지 이것만 바르면서 자주 기억할게요.하면서. 


또 좀 기다리면 재은씨의 로션이 도착할텐데...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과 

우리 수녀님들의 우여곡절 수고가 담겨져 있으니...


갑자기 로션 요것들이 엄청 귀한 존재들이 되어 

내게 뭐라고 말을 거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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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글

Cambodia 2020. 9. 25. 00:13

<나는 나쁜 수녀 중에서도 

제일 나쁜 사람이었기에,

묵상기도로써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보다 

-실은 나는 악마의 짝으로나 알맞았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의무적인 구송기도로서 만족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내 겉보기가 괜찮았기에 

모든 사람들이 속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자서전 중>


이 글을 쓰시면서 성녀는 아셨을까. 

이 진솔한 당신의 글이 

후대의 어느 보잘것 없는 수녀에게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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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Cambodia 2020. 9. 23. 23:12

오늘 아침에 미사, 기도,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 다시 출근준비를 해서 나가려던 차에...

좀 무기력했었던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잠이 깜빡 들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수녀님이었다. 

그런데 그 옆에 또 내가 좋아하는 수녀님이 

같이 있었다. 

수녀님들은 스피커폰을 켜두고 

나랑 셋이서 대화를 했다. 

"프랑 어떻게 지내?"

"프랑 어디 아픈덴 없어?"

"프랑 한국엔 언제와?"

:

우린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했는데 

분명 내용은 힘없고 좀 슬픈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희안하게 시종일관 호호하하호호하하 했었다. 

나도 내 목소리가 한껏 들떴다는 걸 느꼈는데 

하도 기분이 좋아 내려가지지가 않았다. 


아쉬워하면서도 즐겁게 통화를 마쳤다. 


저녁에 식사 중에 영상통화폰이 울렸다. 

받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수녀님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 전화를 하니 

꼭 영상으로 통화하자고 했다. 

오랜만에 얼굴보며 웃고 안부를 나누는데 

갑자기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옆에서 "뿅!"하면서 누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수녀님이었다. 

같은 분원도 아닌데 함께 만났다고 했다. 

우리는 영상통화로 얼굴들을 함께 보면서 

셋이서 이야기 나누었다. 

"프랑 많이 덥지?"

"프랑 에어컨을 켜"

"프랑 많이 바쁘지?"

:

우린 또 이야기 저 이야기를 했는데 

분명 내용은 그냥그런 사는 이야기들이었는데 

희안하게 시종일관 호호하하호호하하 했었다. 


수녀님들은 모두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수녀님들을 만난 기분이 든다. 

추석이 다가와서 그런가. 

한국바람이 조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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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은

Cambodia 2020. 9. 22. 21:58

2층 센터에 올라 밖을 바라보니  동네가 물에 다 잠겼다. 뷔을붸잉에서 물이 많이 내려왔다고 했다. 센터에서 내려다보는 얼마전 새로 지은 옆집, 마당에 있던 시멘트로 만든 커다랗고 무거운 빗물항아리가 물에 떠내려가 저만치 갔다고 했다. 

저지대쪽에 사는 집들이 물을 퍼내느라 많이 고달팠을 것이다. 좀 더 흙을 더 붓고 땅을 높여 지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섞인 한탄을 많이 했을 것 같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고 기후변화로 갈수록 더 심해질수 있을테니. 

 

나는 그 힘겨움을 짐작만 할 뿐 저 멀리 서 있기만 했다. 어디는 물에 잠겼고 어디는 괞찮고... 듣기만 했다. 옛날 월세집에 살던 시절엔 내 방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물에 잠기곤 했는데...늘 쭈글시고 앉아 물을 퍼냈어야 했다. 불안한 마음에 외출할 때 충전선이라던가, 선풍기도 바닥에 두지 못했다. 밤이오면 물을 다 닦아낸 습기 많은 방에서 잠을 잤다. 그 시절의 기억을 잠깐 했을 뿐이다. 매년 겪다보니 익숙해져서일까, 우기의 나라라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습관이 생겼구나 싶다. 정말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까? 

 

동네가 물에 잠긴 오늘 새벽 풍경 사진을 보고선 참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럴 때 '역설적'이란 말이 나오는구나. 물이 들어찬 모습이 이리도 아름다웠다. 수녀님은 수채화같다고 하셨다. 감상을 더 길게 쓰다간 사치가 되어버릴 것 같다. 오늘이 고단했던 모든 분들이 잠만은 평안히 주무실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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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

Cambodia 2020. 9. 22. 00:22

'깊이에의 강요'라는 책을 읽어보진 않았다. 

그저 어, 내 친구수녀의 블로그 제목이네 싶었다.

듣고보니 참 마음에 와닿는다. 

나도 이런 저런 강요를 당하는건지 스스로 하는건지 

아무튼 강요 속에 떠밀리는 경우가 있곤 한다. 


책임자로서 리더십이 있고

만나면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으면서도

단어들을 잘 알아들을 줄 알고 

신중, 차분, 깔끔하고

영적 분위기를 풍기는 가운데 

사려깊고

등등


내가 흉내내기 어려운 그런 것들을 

내가 지녀야 한다는 메세지가 올 때마다 

한숨이 쉬어진다. 


남 신경 안 쓸 나이인 나도 이런데 

우리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 

아무도 그 아이에게 강요를 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참 마음이 힘없이 내려앉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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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노릇

Cambodia 2020. 9. 20. 23:46
<굿바이 타뷔 2>에는 
깜뽕츠낭 지역에서 유명한 '귀신이 구매한 집'에 
들렀을 때의 기억도 담았다.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으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귀신이 금을 주고 이 집을 구매했다는 이야기인데...
쉬운 이야기다. 
꿈에 귀신이 나타나 집주인에게 금을 침대다리에 묶어 놓았으니 
얼른 금을 갖고 이 집을 떠나라고 했는데...  
꿈이 깬 현실에서 실제로 금이 그 자리에 있어서 
귀신이 말한대로 금을 챙겨서 
푸르사트로 떠났다는 이야기. 

내가 이 이야기를 식탁에서 꺼내게 된 것은 
이야기를 내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서이고 
금 이야기가 신기했기 때문이고 
15덤롱이 얼마치의 금인런지 물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두 분은 너무 파고드는 스타일이랄까. 
예를 들면 이렇게 되묻는 것이다. 

"그 집주인이 금을 갖고 떠났다면 그 집문서는 현재 누구 소유로 되어 있어?"
"귀신이 두고 갔다는 그 금...그 금은 순도가 몇 프로일까?"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거 다 뻥일텐데....집 관리는 요즘 누가 하는걸까?"

이런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대화는 흐르고 
그 모든 질문의 답을 찾고자 결국은 이 이야기를 꺼낸 내 얼굴에서 시선이 멈추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이 두 분께 금값을 물은게 잘못이지...싶어서 
나보다 훨씬 똑똑한 티어리에게 정보를 건네받게 되었다. 
알고보니 인터넷에 금 단위를 입력하면 가격과 무게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영상에 넣고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오늘 우연히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참, 15덤롱은 금 0.9kg이 좀 넘더라구요. "

(나는 망각의 동물이 틀림없다. )
두 분은 다시 시작하신다. 
"땅 문서는 어떻게 되었대?"
"그녀가 푸르사트로 이사왔다면 푸르사트 어디에 산다는거야?"
"금이 1k면 그리 무거운 것은 아니네"
"그거 아직도 안 알아봤어?"
우리 신부님 마지막에 한방 더 날리신다. 
"푸르사트에 산다는 그분 만나보면 어때요?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게 더 낫겠네요. "
:
으메....'귀신의 집'이라는 장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몰려온다는 것
그것에 관한 신비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이런 현실분석주의만 남는 것이라니...
순수해서 그런건지, 냉철해서 그런건지 알 수 없는  
우리 신부님과 수녀님 앞에서
이야기를 꺼낸 나만 미칠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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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Cambodia 2020. 9. 20. 01:35

3월에 미사가 중지된 이후 

처음으로 오늘 깜뽕루엉 수상성당에서 미사가 있었다. 

비가 오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적게 올 줄 알았는데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빼곡히 성당바닥에 앉았다.

프줌번이라고 조상님들 성함을 적어 미사지향도 넣고 

미사전에 다들 고해성사도 줄서서 보셨다. 

역시 신앙깊은 베트남 사람들이라 그런가...

우리 푸르사트 성당보다 이곳에서 더 열심한 영적인 분위기를 느낀다.

 

아이들이 신부님께 매달려 안아 달라고 하고 

얼마나 뽀뽀를 해대던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에 조금 담았다.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나도 오랜만에 함께 미사 드렸는데...

아이들이 나를 안아주지는 않았다. 

이러면 질투가 나야 정상 아닌가...  

왜 나는 안안아주느냐 말이야..하면서 입이 툭 튀어나올법도 한데. 

그저 그 풍경을 함께 좋아하며 행복해했다.  

어...나 벌써...성녀 다 된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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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

Cambodia 2020. 9. 19. 00:01

"어서 빨리 들어와요."

"여기 앉아요"

나를 맞이하는 가게 주인과 가족들은 참 따뜻했다. 

 

자전거를 타고 멀리갔다가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더이상 앞으로 가는건 무리였다.   

자전거가 비바람에 흔들리고 착용하고 있었던 썬글라스도 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앞을 보지 못하겠다고 느낀 순간 

바로 옆 가게로 피신한 것이었다.  

비만 오면 황급히 휴대전화를 끄는 교사들이 떠오르면서 

나도 번개를 맞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까지 더했으니.  

 

가만히 그 집에 앉아 있었다. 

내 옷도, 끄로마도, 가방도 다 물에 젖은 꼬라지로. 

비가 더 퍼붓다가 좀 잦아들었으나 

날이 어두어져서 

보호등이 없는 자전거라 집까지 가기는 무리였다. 

 

그 빗속에서도 음료수와 과자를 사러 오는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있었다. 

가게 주인 가족들은 나를 보며 그저 웃었다.

한국 사람인가...라는 말을 하는 걸 얼핏 들었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비상금으로 챙겨간 2.5달러치의 과자를 샀다. 

스무봉지나 된다. 

내일 만날 아이들의 간식이다. 

 

사람들은 누가 오면 불편해하지 않고 

작은 구석이라도 내어주며 환대한다. 

그 넉넉함에 기대어 비를 피할 수 있어 감사했다. 

 

내 뒤로 빗속을 뚫고 자전거를 몰고 갔던 앵그리버드님이

다시 내가 있는 곳까지 차를 갖고 오셨다.  

"잘 있다 갑니다. 감사드려요. 잘 지내세요^^"

자전거를 차에 실으며 가족분들께 인사 드렸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저녁이라 어두웠지만 

우린 서로 반짝거리며 웃는 얼굴을 확인하며

기쁘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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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Cambodia 2020. 9. 17. 23:48

기침, 콧물, 눈이 붓고 가려움 등의 증상들이 있은지 보름도 더 넘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알러지 약을 꺼내 먹었더니 

새벽부터 정신이 몽롱했다. 

기도실에서도, 미사중에도, 아침 식사를 먹으면서도 생각했다. 

바로 자리깔고 누워자고 싶다고. 

온전히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티어리와 영어 프로포절 문서를 훓어보고

점심 준비를 했고 

영어공부도 했다. 

오후 늦게 자전거를 타고 평탄해보이는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가면서

약기운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예전엔 며칠만 고생하면 괜찮았는데

몸이 예전같지 않다. 

 

하고 싶은 것과 

하면 좋은 것들이 있지만

어느때부터인가 

달려들지 않게 되었다.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욕심을 부리다간 살아가는게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새침한 심술을 부리는 듯한 몸을 신경쓰면서 

이것 저것을 천천히 선택해서 움직이고 싶다. 

 

반 투안 주교님의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책의 

한 문장, 한 문장들을 감사히 생각하며 읽고 있다. 

옛날에 읽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참 새롭다.

그분의 치열하게 사셨던 삶과 끝끝내 지니셨던 신앙과 희망이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 내 일상에 잔잔한 영향을 끼친다. 

그분의 말씀속에 머무르다 보면 

귀하게 대접하고 싶어진다. 

내 하루 하루를. 

하찮은 것 같은 알러지를 지닌 몸까지도. 

순간을 사랑한다는게 어떤건지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나를 두드린다. 


그러므로

내일은 약을 먹지 말아야겠다. 

고생하더라도 제정신이어야

순간을 살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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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

Cambodia 2020. 9. 17. 00:15

푸르사트에 새 길이 태어나고 있다. 

오래도록 하나뿐이었던 큰 도로는 이제 옛 길이 되어가는 중이다. 

흙길을 달리는데 회색빛 하늘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길을 달리다가 

오래 뵙지 못했던 베트남인 신자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들렀다. 

예전에 이곳에 계셨던 수녀님의 안부를 물으셨다.

가난으로 힘겹다고 하셨다. 

연세에 비해 많이 연로하신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귀하게 간직하고 계시던 낡은 성모님 사진을 보여주셨다. 

성모님은 가난한 이분들의 가정에서 사랑받고 계셨구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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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Cambodia 2020. 9. 15. 01:24

올해 들어 꼭 꼭 실천하는게 있다면 '꾸준한 영어공부'이다.

이 나이에 한다고 해서 되겠냐 할지도 모르지만

되든 안되는 어쨌든 매일 매일 하고 있다.

 

우선 하루 5일치의 영어 문장을 외운다.

1일치 안에 6문장이 있다.

그렇게 해서 100일치의 문장들을 다 끝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서 하루 5일치씩을 또 외우는 것이다.

전반부는 하도 반복을 해서인지 수월하게 외우지만

70일차 이후로는 또 다시 생소해지곤 하는 것이다.

더듬 더듬 겨우 혀를 굴린다.

 

중요한 건 영어쌤이 계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서

내가 암기한 영어문장들을 들어주시고

틀리면 벌금을 매기신다.

벌금이 싸다. 한 문장 틀리는데 25원 정도이니깐.

틀릴때마다 애석한 마음이 드는 것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내가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넘어가지지 않는 나의 한계 때문이다.  

 

100일치의 암기가 끝난 후에는 책을 읽고 있다.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배운다.

그러나 시작시에는 반드시 지나왔던 <100일 영어> 중 

5일치의 문장들을 테스트 한다. 

 

어제는 영어하던 시간에 미사가 컴백하느라

수업을 못했다.

하루 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어쌤도 쉬게 해드리면 좋아하실거라 여겼다.

 

그리고 오늘 질문했다.

"오늘은 오늘치만, 그러니깐 5일치만 외우면 되겠죠? 어제는 어쩔수 없이 건너 뛰었으니깐요"

맘씨 넓디넓은 영어쌤이 그러자고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왠걸.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해도 돼요"

헉.

다시 더 부드럽게 말을 바꾸어 질문을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안해도 된다라니...

그것도 나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나 잔인한 말을 웃으면서 하고 있는 영어쌤의 하얀 얼굴을 빤히 보며 생각했다.  

'안해도 된다는 말이 이렇게나 무섭게 들릴 수 있구나.' 라고. 

 

그래서 또 가까스로 열흘치의 영어문장들을 암기하느라 오늘 시간이 많이 갔다.

 

그래.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한거라고 숱하게 배우질 않았던가.

많은 것들이 귀찮아져가는 나이에

꾸역꾸역 발걸음을 옮긴다는 것만큼 의미있는게 어디있겠는가.

 

오늘도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희미해져가는 기억력을 붙잡고 씨름하는 나와

무더운 한여름 오후 나른한 시간에 귀를 쫑긋 세우고

누구도 하기 싫을법한 잔돈 벌금을 잊지않고 기록하는 

나의 영어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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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Cambodia 2020. 9. 13. 23:14

 

 

3월 이후로 신자들에게 멈추었던 미사가 오늘 봉헌되었다.

어제 갑자기 총리의 종교집회를 허락한다는 공지가 있었으므로

어젯저녁 급하게 신자들에게 연락을 했다.  

 

정부에서 알려준 핵심지침은

  1. 손소독제, 마스크를 꼭 사용할것

  2. 어린아이를 참여하게 하지 말것

  3. 전례는 30분 안으로 끝낼것

  4. 오던 신자의 30%만 받을 것

주일미사인데 30분은 무리였다.

그리고 신자수가 많지 않아 30%만 오라고도 할 수 없다.

누구를 뽑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튼

그동안 미사를 기다렸던 신자들.

미사가 있을 때 잘 오지 않던 냉담 신자분도

저마다의 기다림과 그리움을 안고 기쁘게 참여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 모두의 기도를 즐거이 들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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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Cambodia 2020. 9. 13. 01:30

나는 요즘 역사 프로그램을 본다. 

영국의 역사를 봤고 러시아의 역사를 봤고 

지금은 2차 세계대전을 보고 있다. 

보는 내내 전투기만 날아다닌다. 

계속 총을 든 군인들이 왔다갔다 하다 폭격당해 죽고 죽고 또 죽는다.

독일이 미쳤네...일본이 미쳤네...하며 혀를 내두른다. 

그래서인가 

한, 두 시간 보고나면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이 더운 날에 어둔 바람이 내 안에서 휙휙 불어제낀다.


잔뜩 내려앉은 마음을 일으켜 늦은 시간 밖을 나갔다. 

앞집에서 비쳐오는 보호등이 내가 걷는 마당을 비추는 가운데

대기에 가득차 있는 온갖 벌레울음소리들을 잠시 감상했다. 

잔잔한 바람에 몸을 기대며  

들여다보았다.  

내 안의 무서움과 두려움과 약함과 비겁함을.  

도대체 살아간다는게 무엇인가. 

왜 그렇게 인간은 평화를 지키며 살아가는게 그렇게나 힘이 드는걸까.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하루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작은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려 애쓰는데...


어두운 내 위로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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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풍경

Cambodia 2020. 9. 12. 00:38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좀 달렸다.

스카사가 두고간 자전거를 타려고 보니 바람이 심하게 빠져 있어서 포기하고

앵그리버드님이 예전에 타시던 걸 안장을 낮추어 탔는데

등을 굽혀 타야 하는 자전거가 익숙치 않다보니

좀 불편했다.

처음 탈 때, 그리고 폐달을 밟기 시작할 때 뒤에서 잡아주지 않고서는 혼자 힘으로 불가능했다.

 

우리 동네가 참 좋은 것은 조그만하고 조그만한 시골길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조금만 가면 곧 아름다운 풍경길이 펼쳐진다.

날씨는 여전히 덥지만, 마음은 탁 트인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찍힌 비디오를 봤는데

무척 뚱뚱했다.

요즘 거울을 보면 흰머리가 하루가 다르게 팍팍 늘어가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다 드러내고

산다는 것에 자유를 느낀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누군가의 영향인가

나는 나의 스러지는 외모조차

지지해주며 늙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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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나스쿨 다시 개학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허락을 구하는 공문을 접수시키는게 그리도 힘들었다.

우리 교사들이 여러번 지역 교육청을 들락날락 하는걸 보다 보다가

오늘은 나도 가서 보아야겠다고 여겼다. 

도대체 왜그리 까다로운지 가서 보고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아무런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공부방인데...

무슨 서류의 번호가 누락되었다느니 등등 짚어주고 다시 해오고 다시 짚어주고 또 다시 해오고를 반복하기를 며칠,

내가 함께 간 오늘 오전도 별 소용이 없었고

오늘 오후 늦게서야 겨우 서류를 접수시킬 수 있었다.

그 서류는 프놈펜으로 보내져서 허락 도장을 맡으면

우리에게 개학 허가가 떨어진다고 한다.

계획으론 다음다음주즘엔 개학을 하고 싶으나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나도 이젠 예전만큼 열이 오르지도 않는다.

그저 그러려니...그럼 그렇지....그렇겠지....싶은 것이다.

 

개학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붙어 앉아서도 안되고

마당에서 놀아서도 안되고

뭘 먹어서도 안된다고 하니...

수업만 딱 하고 무조건 돌려보내야 한다고 하니...

 

그룹을 나누어 날짜별로 돌아가며 오라고 해야 하나...

마을공부방은 또 어째야 하나...

 

그저 아이들만 안됐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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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위로의 순간

Cambodia 2020. 9. 10. 00:48

 

 

오늘 어거스트는 학교에서 세 명의 새 친구들을 만났는데 두 명은 어거스트의 얼굴을 본 후 바로 눈을 내려깔았다. 의무 악수와 억지 미소와 함께.  악수조차 하지 않은 아이 앞에서는 어거스트 스스로 바닥만 쳐다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안녕"이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참 희안하지, 차츰 늙어가는 내 모습이 조금 가여웠는데 그런 어거스트에서 위로를 얻는다는 것이다.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내 뒤로 무지개가 떠 있었다. 오늘 비도 오지 않았는데. 

 

내가 낑낑대는 사이에 하늘은  작은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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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기를

Cambodia 2020. 9. 9. 00:56

요즘은 매일 밤마다 집앞 마당을 걷는다. 최소 30분 이상은. 

내가 운동을 지극히 힘들어하고 이리 저리 핑계대며 할 듯 말 듯 하던 시절엔 

앵그리버드님이 "운동 왜해요! 운동 몸에 해로워요" 하시더니 

막상 내가 어젯밤에 한참을 걸었다고 하니 

"잘했어요. 걷지 않으면 살 수 없어요"이러신다. 그것도 기쁘 표정까지 지으시며. 


앵그리버드님도 매일 걸으신다. 우리 센터 마당을. 

어느날밤 나랑 아가다 수녀님이랑 쭈글시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휘리릭 지나가시던 앵그리버드님도, 우리도 서로 놀랐었다. 

"이 밤에 어디가세요?"했더니 

"기도하는 중이에요" 하시며 센터 마당을 삥삥 돌고 계셨다. 

평소에 틈만 나면 기도하는데 틈이 안나 기도를 못한다고 농담하시던 분이 순간 너무 진심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후에 이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켜 드리니 그렇게 대답한게 기억이 안난다고 하신다. 


구성당에 안나센터가 있던 시절엔 집에 퇴근하기 전에 성모상 앞 마당을 돌며 기도했었다. 

내 기도가 그 땅에 배이는 듯 했다. 

그래서 앵그리버드님이 걸었다고 하실 때면 

나는 속으로 너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안나스쿨 마당에, 내가 숨쉬는 공기 중에, 우리가 살아가는 하늘아래

그분의 기도가 계속 계속 뱄으니깐. 


나도 오늘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드렸다. 

오늘 내 걸음이 기도가 되어 어디엔가 배이고 소용이 있게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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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Cambodia 2020. 9. 8. 01:27

빵 수십개와 돼지고기 볶은 것 오이 등등 먹거리와  후라이팬2개, 버너도 2개, 부탄가스도 여러개 리필해서, 뒤집개에 주걱에 ...

오늘 아침에 마을 공부방을 가면서 자료들보다 아이들 간식 해먹이려고 챙겨간 물품이 배였다.

따뜻따뜻한 고기빵을 해주고 싶었다.

늘 미리 준비해서 마을가면 수업 끝나고 나눠줄 때 벌써 맛이 없어지기에

즉석에서 해서 바로 먹게 하고 싶었다.

 

오늘 오전에 간 공부방이 가장 먼 거리였다.

차를 몰고 가는 길에 설레기까지 했다.

그것은 딱 도착할 때까지만이었는지 그 때는 몰랐다.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집들이 텅 비어 있었다.

수십명이 몰려와야 정상인데

따닥따닥 붙어 앉을까봐 걱정해야 자연스러운 건데

아니...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절에 갔단다.

다음주가 이 나라 프줌번 이라는 큰 명절이다.

맞다. 큰 명절을 앞두고는 학교도 2주 전부터 쉬곤 했었다.

지금은 학교도 가지 않으니 아이들이 집에 있을리가 없다.

매일 매일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기억하고 기도드리러 절에 가시는 부모님을 따라  갔단다. 

 

힘없이 돌아왔다.

오후 집집마다 방문 수업 역시 아이들이 2주간 쉬고 싶다고 했단다.

 

볶은 고기는 억지로 냉동고에 넣어 다시 얼렸다.

수십개의 길다란 빵은 2층 식당 냉장고와 1층 식당 냉장고에 나누어 넣었다.

교사들과 함께 하는 내일 점심 식사는 쌀 대신 빵과 먹는 요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빵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 ㅠ

 

뭐 이런 일에 인생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사는 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가라앉으며 조금은 조용해진다.

살아가는게 뜻대로 되면 그게 이상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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