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매달 24만원~27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부모님 집이 직장에서 좀 먼 편이라 직장근처 여성들만 사는 기숙사에 월 2만2천원 정도내고 방을 구해 살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나무집에서 시멘트 집으로 다시 공사했고 몇년간 그 빚을 갚느라 매달 11만원 정도의 돈을 집에 드렸었다. 최근 집 뒤에 화장실과 추수한 곡식을 보관할 너른 창고 같은 것을 지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매달 월급에서 14만원 남짓 은행으로 보낸다. 이것을 앞으로 4년은 더 해야 한다. 나머지 돈은 먹고 살아야 했으므로 저축은 무리였다.그녀 나이 32세다.

 

남자는

최근 계약직이 끝났다. 영어를 전공했으나 코로나 시대라 학원도 NGO도 사람을 뽑지 않는다. 매달 5만5천원 월세방을 하나 구해 80대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다. 형제들은 있으나 멀리 산다. 같은 지역에 여동생이 살고 있으나 최근 계약직이 끝났다. 둘 다 무직상태가 되었다. 이 도시, 저 도시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남자 나이 36세다. 

 

둘이 결혼을 한다 했다. 옛날에 한번 난 반대를 했다. 그 남자에게서 자꾸 연락이 온다는 소릴 들었을 때. 

그 여자에게 난 언니, 엄마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번엔 더 반대할 수가 없었다. 내가 식구도 아니고... 그 집 식구들은 다 찬성하는데... 더구나 본인이 하겠다는데...참견을 해선 안된다 여겼다. 

 

남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 주변에서 외모가 별로라고 하고 객관적으로 직장이 없는게 큰 문제이긴 하나 ..그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도 사랑에 눈이 멀면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니깐. 그런데 내가 신뢰하는 어느 분이 예전에 그랬다."믿을만한 사람은 아니죠" 최근 또 어느 분이 그랬다. "그녀가 그와 결혼한 사진을 보고 참 안타까웠어요..." 과거 그는 어느 신부님 비서였다가 그 맘씨 좋은 신부님은 그에게 일을 그만두도록 했단다. 사깃꾼 같다라는 평가도 받았단다. 다 외국인의 평가지만....그녀가 전혀 이런 사실을 모르고 결혼해버려 슬프다. 그녀가 모르는게 다행인건가. 누군가 그랬다. 남자가 밖에선 사람들에게 잘 못해도 집에선 잘할 수 있다고. 정말 그럴까? 제발 그러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와 둘이 앉아 이야길 나눴다. 남자가 본인이 살던 작은 방에 그녀보고 거기서 같이 살자 했단다. 80대 아버지와 같이. 속에서 열불이 올라왔다. 그녀도 두 번이나 싸웠단다. 난 열이 나는 마음을 애써 내리누르면서 그녀에게 자신을 억지로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이건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아니, 남자가 직장생활을 다른 지방에서 할수도 있는데...주말부부 될텐데...그럼 그녀보고 시아버지랑 둘이서 작고 어두침침한 한 방에서 살아란 말인가

 

그녀 얼굴도 그늘져보였다. 그녀는 결국 그의 여동생이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구해서 아버지를 모셔갈때까지...여자는 지금 살던 기숙사에서 계속 살고 남자는 지금 살던 그 작은 방에서 아버지랑 계속 사는 생활을 이어가겠단다. 

 

아니, 대체 결혼은 왜 한건가? 같이 살지도 않을거면서 왜 한건가?내 보기에는 그렇게 열렬히 사랑에 빠져 보이지도 않았는데...역시 남녀 문제는 겉에서 봐서 알 수 없는건가?아무튼 결혼을 통해 그녀는 더 큰 짐을 지게 된 것이다. 

 

난 그녀가 딱하고 답답하다. 그녀에게 아무나하고 결혼하라고 말했던 그 집 식구들도 어이없다. 그녀에게 너무 나이가 많고 가톨릭이라 결혼하기 어려울 거라고 말했던 지역 주민들도 밉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나 자신을 보며 또 생각한다. 왠 참견이고? 다 본인이 선택한건데. 그녀 스스로 살아갈 몫이다. 

그녀의 선하고 넓고 깊은 마음씨와 인간됨됨이는 이 모든 상황을 겪으면서 힘겹지만 또 하루 하루를 살아낼 것은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

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만 애닳아해야지....라고.......

그녀를 볼 때마다 나 자신을 달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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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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