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은

Cambodia 2020. 9. 22. 21:58

2층 센터에 올라 밖을 바라보니  동네가 물에 다 잠겼다. 뷔을붸잉에서 물이 많이 내려왔다고 했다. 센터에서 내려다보는 얼마전 새로 지은 옆집, 마당에 있던 시멘트로 만든 커다랗고 무거운 빗물항아리가 물에 떠내려가 저만치 갔다고 했다. 

저지대쪽에 사는 집들이 물을 퍼내느라 많이 고달팠을 것이다. 좀 더 흙을 더 붓고 땅을 높여 지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섞인 한탄을 많이 했을 것 같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고 기후변화로 갈수록 더 심해질수 있을테니. 

 

나는 그 힘겨움을 짐작만 할 뿐 저 멀리 서 있기만 했다. 어디는 물에 잠겼고 어디는 괞찮고... 듣기만 했다. 옛날 월세집에 살던 시절엔 내 방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물에 잠기곤 했는데...늘 쭈글시고 앉아 물을 퍼냈어야 했다. 불안한 마음에 외출할 때 충전선이라던가, 선풍기도 바닥에 두지 못했다. 밤이오면 물을 다 닦아낸 습기 많은 방에서 잠을 잤다. 그 시절의 기억을 잠깐 했을 뿐이다. 매년 겪다보니 익숙해져서일까, 우기의 나라라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습관이 생겼구나 싶다. 정말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까? 

 

동네가 물에 잠긴 오늘 새벽 풍경 사진을 보고선 참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럴 때 '역설적'이란 말이 나오는구나. 물이 들어찬 모습이 이리도 아름다웠다. 수녀님은 수채화같다고 하셨다. 감상을 더 길게 쓰다간 사치가 되어버릴 것 같다. 오늘이 고단했던 모든 분들이 잠만은 평안히 주무실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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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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