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노릇

Cambodia 2020. 9. 20. 23:46
<굿바이 타뷔 2>에는 
깜뽕츠낭 지역에서 유명한 '귀신이 구매한 집'에 
들렀을 때의 기억도 담았다.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으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귀신이 금을 주고 이 집을 구매했다는 이야기인데...
쉬운 이야기다. 
꿈에 귀신이 나타나 집주인에게 금을 침대다리에 묶어 놓았으니 
얼른 금을 갖고 이 집을 떠나라고 했는데...  
꿈이 깬 현실에서 실제로 금이 그 자리에 있어서 
귀신이 말한대로 금을 챙겨서 
푸르사트로 떠났다는 이야기. 

내가 이 이야기를 식탁에서 꺼내게 된 것은 
이야기를 내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서이고 
금 이야기가 신기했기 때문이고 
15덤롱이 얼마치의 금인런지 물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두 분은 너무 파고드는 스타일이랄까. 
예를 들면 이렇게 되묻는 것이다. 

"그 집주인이 금을 갖고 떠났다면 그 집문서는 현재 누구 소유로 되어 있어?"
"귀신이 두고 갔다는 그 금...그 금은 순도가 몇 프로일까?"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거 다 뻥일텐데....집 관리는 요즘 누가 하는걸까?"

이런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대화는 흐르고 
그 모든 질문의 답을 찾고자 결국은 이 이야기를 꺼낸 내 얼굴에서 시선이 멈추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이 두 분께 금값을 물은게 잘못이지...싶어서 
나보다 훨씬 똑똑한 티어리에게 정보를 건네받게 되었다. 
알고보니 인터넷에 금 단위를 입력하면 가격과 무게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영상에 넣고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오늘 우연히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참, 15덤롱은 금 0.9kg이 좀 넘더라구요. "

(나는 망각의 동물이 틀림없다. )
두 분은 다시 시작하신다. 
"땅 문서는 어떻게 되었대?"
"그녀가 푸르사트로 이사왔다면 푸르사트 어디에 산다는거야?"
"금이 1k면 그리 무거운 것은 아니네"
"그거 아직도 안 알아봤어?"
우리 신부님 마지막에 한방 더 날리신다. 
"푸르사트에 산다는 그분 만나보면 어때요?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게 더 낫겠네요. "
:
으메....'귀신의 집'이라는 장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몰려온다는 것
그것에 관한 신비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이런 현실분석주의만 남는 것이라니...
순수해서 그런건지, 냉철해서 그런건지 알 수 없는  
우리 신부님과 수녀님 앞에서
이야기를 꺼낸 나만 미칠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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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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