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빨리 들어와요."
"여기 앉아요"
나를 맞이하는 가게 주인과 가족들은 참 따뜻했다.
자전거를 타고 멀리갔다가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더이상 앞으로 가는건 무리였다.
자전거가 비바람에 흔들리고 착용하고 있었던 썬글라스도 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앞을 보지 못하겠다고 느낀 순간
바로 옆 가게로 피신한 것이었다.
비만 오면 황급히 휴대전화를 끄는 교사들이 떠오르면서
나도 번개를 맞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까지 더했으니.
가만히 그 집에 앉아 있었다.
내 옷도, 끄로마도, 가방도 다 물에 젖은 꼬라지로.
비가 더 퍼붓다가 좀 잦아들었으나
날이 어두어져서
보호등이 없는 자전거라 집까지 가기는 무리였다.
그 빗속에서도 음료수와 과자를 사러 오는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있었다.
가게 주인 가족들은 나를 보며 그저 웃었다.
한국 사람인가...라는 말을 하는 걸 얼핏 들었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비상금으로 챙겨간 2.5달러치의 과자를 샀다.
스무봉지나 된다.
내일 만날 아이들의 간식이다.
사람들은 누가 오면 불편해하지 않고
작은 구석이라도 내어주며 환대한다.
그 넉넉함에 기대어 비를 피할 수 있어 감사했다.
내 뒤로 빗속을 뚫고 자전거를 몰고 갔던 앵그리버드님이
다시 내가 있는 곳까지 차를 갖고 오셨다.
"잘 있다 갑니다. 감사드려요. 잘 지내세요^^"
자전거를 차에 실으며 가족분들께 인사 드렸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저녁이라 어두웠지만
우린 서로 반짝거리며 웃는 얼굴을 확인하며
기쁘게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