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Cambodia 2020. 9. 15. 01:24

올해 들어 꼭 꼭 실천하는게 있다면 '꾸준한 영어공부'이다.

이 나이에 한다고 해서 되겠냐 할지도 모르지만

되든 안되는 어쨌든 매일 매일 하고 있다.

 

우선 하루 5일치의 영어 문장을 외운다.

1일치 안에 6문장이 있다.

그렇게 해서 100일치의 문장들을 다 끝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서 하루 5일치씩을 또 외우는 것이다.

전반부는 하도 반복을 해서인지 수월하게 외우지만

70일차 이후로는 또 다시 생소해지곤 하는 것이다.

더듬 더듬 겨우 혀를 굴린다.

 

중요한 건 영어쌤이 계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서

내가 암기한 영어문장들을 들어주시고

틀리면 벌금을 매기신다.

벌금이 싸다. 한 문장 틀리는데 25원 정도이니깐.

틀릴때마다 애석한 마음이 드는 것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내가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넘어가지지 않는 나의 한계 때문이다.  

 

100일치의 암기가 끝난 후에는 책을 읽고 있다.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배운다.

그러나 시작시에는 반드시 지나왔던 <100일 영어> 중 

5일치의 문장들을 테스트 한다. 

 

어제는 영어하던 시간에 미사가 컴백하느라

수업을 못했다.

하루 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어쌤도 쉬게 해드리면 좋아하실거라 여겼다.

 

그리고 오늘 질문했다.

"오늘은 오늘치만, 그러니깐 5일치만 외우면 되겠죠? 어제는 어쩔수 없이 건너 뛰었으니깐요"

맘씨 넓디넓은 영어쌤이 그러자고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왠걸.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해도 돼요"

헉.

다시 더 부드럽게 말을 바꾸어 질문을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안해도 된다라니...

그것도 나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나 잔인한 말을 웃으면서 하고 있는 영어쌤의 하얀 얼굴을 빤히 보며 생각했다.  

'안해도 된다는 말이 이렇게나 무섭게 들릴 수 있구나.' 라고. 

 

그래서 또 가까스로 열흘치의 영어문장들을 암기하느라 오늘 시간이 많이 갔다.

 

그래.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한거라고 숱하게 배우질 않았던가.

많은 것들이 귀찮아져가는 나이에

꾸역꾸역 발걸음을 옮긴다는 것만큼 의미있는게 어디있겠는가.

 

오늘도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희미해져가는 기억력을 붙잡고 씨름하는 나와

무더운 한여름 오후 나른한 시간에 귀를 쫑긋 세우고

누구도 하기 싫을법한 잔돈 벌금을 잊지않고 기록하는 

나의 영어쌤에게

응원을 보낸다.  

 

 

 

 

 

 

 

'Cambo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택  (2) 2020.09.17
새 길  (4) 2020.09.17
미사  (1) 2020.09.13
산다는 건  (4) 2020.09.13
자전거 탄 풍경  (2) 2020.09.12
Posted by ♡프라니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