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역사 프로그램을 본다.
영국의 역사를 봤고 러시아의 역사를 봤고
지금은 2차 세계대전을 보고 있다.
보는 내내 전투기만 날아다닌다.
계속 총을 든 군인들이 왔다갔다 하다 폭격당해 죽고 죽고 또 죽는다.
독일이 미쳤네...일본이 미쳤네...하며 혀를 내두른다.
그래서인가
한, 두 시간 보고나면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이 더운 날에 어둔 바람이 내 안에서 휙휙 불어제낀다.
잔뜩 내려앉은 마음을 일으켜 늦은 시간 밖을 나갔다.
앞집에서 비쳐오는 보호등이 내가 걷는 마당을 비추는 가운데
대기에 가득차 있는 온갖 벌레울음소리들을 잠시 감상했다.
잔잔한 바람에 몸을 기대며
들여다보았다.
내 안의 무서움과 두려움과 약함과 비겁함을.
도대체 살아간다는게 무엇인가.
왜 그렇게 인간은 평화를 지키며 살아가는게 그렇게나 힘이 드는걸까.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하루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작은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려 애쓰는데...
어두운 내 위로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