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님이 요즘 태국 드라마를 보시는데...요리 이야기를 빙자한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재벌집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여자집의 요리사로 취직해 매일 그 가정의 요리를 만들어주는 이야기. 요리를 해본적이 없는 남자는 여자집 바로 옆에 집까지 사서 요리사 5명정도 고용해 매일 요리를 시켜서 창문 넘어로 옮겨받아 식탁에 내어놓는단다. 풉, 설정이 재밌다. 우리는 식사때마다 그 드라마의 진행이 어떻게 되었는지 여쭤보는게 일상이다.식사를 하루 세 번 함께 하는데 식사때마다 물어보면 앵그리버드님도 난감해하신다. 고개를 갸우뚱 하시는 모습이 마치 우리를 위해 식사와 식사 사이마다 드라마 진도를 빼야 하나...생각하시는 것 같아 질문하면서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식사도 마침기도를 바치며 그랬다. 얼른 드라마 보러가시라고. 사실 그 드라마는 크메르어로 더빙이 되어있고 영어 자막조차 없다. 나는 그런 영상은 공부용이지 오락이 될 수 없다 여기기에 스스로 틀어보고 싶지는 않은것이다. 


짧은 영상을 하나 편집했다. 그동안 했던 요리하던 순간들을 짧게 모았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고되지만 기쁜 일이기도 하다. 우리 수녀님도, 신부님들도 영상속에서 수고롭게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그 순간엔 그것이 지극히 평범한 일일 뿐이나 지금에와서 화면 밖에서 바라보니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상이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고 살아갈 생명을 얻는것. 생명에의 봉사인 것이다. 


오늘 저녁엔 두 분을 위해 김밥을 준비했다. 잘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지없이 흐뭇했다. 그러고보면 태국 드라마 속 재벌집 아들이 하필 왜 힘든 주방장을 자처했을까? 싶었는데...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식구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는게 좋았을 수 있겠다 싶다. 

'Cambo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소녀.  (0) 2020.09.04
콕콕  (0) 2020.09.03
파김치  (2) 2020.09.02
그분이실까  (0) 2020.09.01
영상, 빵, 어거스트  (0) 2020.08.31
Posted by ♡프라니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