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불을 다 끄고 앉아 노트북만 켰다. 뒤에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창밖에는 수많은 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방안을 메우고 있다. 작은 벌레들이 어디에선가 날아와 컴퓨터 화면 위에, 내 팔등에 내 다리위에 앉았다 떠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고요한 것 같고 천천히 흐르는 듯한 이 순간도 실은 아주 빨리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나를 등에 업은 것인지, 내가 시간을 올라탄 것인지 쏜살같이 흐른다는 그와 함께 나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새벽에 안나스쿨 대문 자물쇠를 열고 돌아섰는데 다시 저녁이 되어 잠글 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수녀님, 우리 신부님, 우리 교사들....매일 만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무언가를 하며 지나가는 하루 하루. 귀함을 알고 소중함을 안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순간 순간들이 애틋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그렇다. 내 몸뚱아리조차 붙잡을 수 없는데 감히 내가 무엇을, 누구를 오랫동안 곁에 둘 수 있겠는가.
쌍둥이 자녀를 두고 부모가 사고를 당하셔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봤다. 내내 마음이 콕콕 쑤셨다.